작성자 AGAC(admin) 시간 2025-11-05 11:28:2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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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서울 안가도 되것네유” 산골 어르신 웃게한 ‘바퀴달린 병원’

중앙일보 입력 2025.11.04 00:34 최종권 기자

 

지난달 29일 충북 영동군 황간면 상촌면 복지회관. 대형 트레일러 3대를 T자 형태로 이어 붙인 ‘이동형 병원’이 복지회관 앞을 꽉 채웠다. 내부 공간은 환자 대기실과 진료실, 검사실로 나뉘어 있었다. 리프트를 타고 진료실로 들어온 이여임(83)씨가 “아이고, 훌륭해라. 꼭 병원 같네”라며 놀랐다. 이씨는 “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뒤 허리 통증으로 끙끙 앓다가 진료를 신청했다”며 “영동읍에 있는 병원을 가려 해도 버스로 40~50분씩 걸려서 쉽지 않다. 코앞까지 의료진이 와주니 너무 좋다”고 말했다.

이정희(90)씨는 이날 박윤상 청주원광효도요양병원 원장에게 손목 진찰을 받았다. 이씨는 3개월 전 오른쪽 손목이 부러진 뒤로 왕복 6시간이 넘는 서울의 한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왔다. 이씨의 엑스선(X-ray) 촬영 결과가 10분도 안 돼 진료실로 전송됐다. 박 원장이 “뼈가 잘 붙었네요. 연세가 있으시니 3개월 뒤에 경과를 살펴보는 게 좋겠다”고 진단하자, 이씨는 “이제 서울을 안 가도 되것네유”라며 웃었다.

이날 상촌면에 등장한 야외 병원은 ‘5G 기반 이동형 유연의료 플랫폼 사업’을 통해 개발된 의료시스템이다.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, 보건복지부,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4개 부처와 고려대 안암병원 등이 협력해 개발했다. 코로나19 펜데믹과 같은 감염병 발생과 참사 현장 대응을 위해 설계됐으며, 평소엔 의료시설이 취약한 농어촌에서 순회 진료로 활용할 수 있다. 시스템 개발에 국비 등 465억원이 투입됐다.

현재 지휘통제와 진료공간 등 7대 차량이 개발됐으며 상황에 따라 수술실과 중환자실, 집중치료실을 운영할 수 있다. 차 안엔 초음파·심전도·혈액분석기·자동 요검사기·원심분리기 등 진단·검사장비가 설치됐다. 감염병 현장 대응을 위해 바이러스 외부 유입을 막는 음양압 공조시스템, 12시간 동안 독립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원시스템도 갖췄다. 이동형 병원이 전개하면 차폭은 2m에서 4m로 확장된다.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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